● 제 목 : 12.6Cm 간암 이겨낸 김갑현씨의 기적같은 삶
● 투병자 : 김 갑 현
● 출 처 : 화제의 신간 『암세포가 사라졌다.』 中에서 발췌

● 투병기내용
어떤 날은 길게도 느껴지고 또 어떤 날은 한달음에 지내온 것 같기도 한 햇수로 6년의 세월, 그 짧지 않은 시간을 남편은 참 잘도 견뎌주었다. 이제 안동에서 서울까지 손수 운전을 해서 진단을 받으러 다니고 작년 겨울부터는 일도 시작하였다. 이럴 때마다 항상 건강부터 걱정이 되지만 이제 반 의사가 다 된 내가 생각하기에 남편이 일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덤으로 받은 삶에 대한 감사함으로 보인다. 묵뚝뚝한 남편이지만 더 살갑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런 모습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간암 크기 12.6cm, 간 우측을 거의 채울만한 엄청난 크기여서 병원 의사들도 말기암이라는 말이 의미가 없을 만큼 환자 가운데에서 가장 위중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살 수 있는 확률0%, 한달 버티기도 힘들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직 한창 나이에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른다는 암담함이란 겪어보지 않고서 어찌알까. 가슴이 메어오고 걸어도 걷는줄 모르고 먹어도 먹는줄 모르는 그 참담함 속에 나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간을 온통 뒤덮은 암, 색전술을 받았지만 희망이 없다
다만 소화가 더디고 몸살기운이 좀처럼 낫지 않아 찾은 동네 병원에서 위염 증상에 간이 약간 부은 것 같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남편은 원래 B형 보균이었기 때문에 나나 남편이나 모두 꽤 신경을 쓰고 살았는데 이번처럼 몸 상태가 나쁜 적이 별로 없어서 MRI 검사를 받도록 하였다.
'별거 아닐긴데 뭐할라꼬...'
'아니에요. 영 힘들어서 아무 것도 못하면서 검사 한번 제대로 받아봅시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 엄청나게 돌아왔다. 이미 커질대로 커진 간암, 문맥이 막히고 암이 너무 커서 도무지 병원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어디라도 매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로 갔다. 큰 병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다. 서울 S병원에 입원을 하고 검사를 받으면서 남편은 거동도 힘들었고 다른 병상의 암 환자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좋던 풍체가 상하고 아침에 일어나 남편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앉을 만큼 변화는 급격하였다. 이대로 한사람 보내고 말지 싶은 생각에 매일 눈물을 흘렸지만 누워지내는 남편은 자신의 변화를 잘 깨닫지 못하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나 지루하다 그만 가자.'
'어딜, 의사가 가라고 해야 가지요.'
애써 남편에게는 본인이 중환자임을 내색하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 그리고 며칠 뒤 색전술 날짜가 잡혔다. 착잡한 심정이었지만 그래도 단 1mm라도 암이 줄어들 수만 있다면 하는 기대 때문인지 자꾸만 달력만 보게 되었다.
전날부터 금식을 하고 색전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로 향하는 남편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1시간여가 지나자 남편이 나왔다. 다리 부위 동맥을 뚫어서 항암제를 뿌렸기 때문에 지혈이 문제였다. 6시간이나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는게 여간 안쓰럽지 않았다. 하지만 이거라도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贅ⅰ?br>'김갑현 환자의 경우 색전술을 해도 문맥이 막혀 약물이 투여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괜찮겠느냐는 내 물음에 의사들은 단지 치료라기보다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만 말했다. 워낙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니 신중해야겠지만 참 야속했다. 말이라도 해보자거나 잘됐다거나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잠도 못 이룰만큼 심한 통증 속에서 커져가는 것은 절망뿐
밤이 깊어도 남편은 병원에서 깊은 잠을 못 자고 뒤척거렸다. 통증도 오고 마음도 답답하고 얼마나 몸과 마음이 복잡할까, 그 생각에 나도 병원 생활 두달 동안 하루도 다리 뻗고 잠드는 날이 없었다. 두달 새 색전술을 세 번이나 했으니 말다한 일이다.
퇴원후 안동 집으로 내려왔다. 그 사이 딸아이는 의젓하게 집을 잘 지켰고 인터넷으로 간에 관하여 이것저것 알아본 모양이었다. 기특했다. 새삼 자식마저도 의지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 간암을 식이요법으로 고친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색전술도 못 받을만큼 심했는데 나았단다.'
'그래, 어디 보자.'
'식이요법을 해서 병을 고친다고? 어떻게 먹어야 암이 다 나을까.' 긴가민가하던 나는 딸이 구해온 책을 보면서 무조건 다시 서울로 갔다. 상담을 해준다는 박양호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어렵게 만난 박실장은 '고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열심히 하면 한달 정도면 몸의 변화가 나타나고 병의 차도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퇴원하고 내려오면서 이제 집에 돌아와 어떻게 간병을 해야할지 식사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막연했는데 잘만 먹으면 암까지 낫는다는 말이 얼마나 흥분되는지, 한달음에 식이요법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바로 그날 저녁부터 식이요법을 시작하였다.
처음 며칠이 고비였다. 남편은 녹즙 앞에서 또 밥상 앞에서 신경질만 냈다. 몸은 늘어질대로 늘어지고 식욕은 커녕 음식 냄새도 싫은데 목에 넘기기도 힘든 녹즙에 모래알 같은 잡곡밥, 야채뿐인 반찬, 평소 남편이 먹던 대로라면 도무지 젓가락 갈 때가 없을 게 뻔했다. 처음에는 하도 힘들어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녹즙 대신 토마토 두 개만 갈아주기도 하였다.
밥 한 숟가락 먹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역질을 하는 남편 때문에 온 식구가 비상사태였다. 식사는 커녕 환자의 상태를 살피느라 집안은 항상 살얼음판을 건너는 듯하였다. 밥해주는 사람도 환자가 더 노곤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이것도 아닌가보다' 싶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갑자기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다. 구역질을 해가면서도 녹즙을 끝까지 마셨고 챙겨주는 밥이나 보조 식품도 싫은 내색 없이 먹었다.
'살려면 먹어야지. 사람이 못 먹으면 죽는다면서, 내가 지금 안 먹으면 그냥 죽는거지?'
'잘 생각했어요. 다 먹는 음식이에요. 먹고 건강해진다는데 감사하면서 먹으면 좋지요.'
이렇게 한달이 지났을까. 남편은 잘 먹고 잘 챙기는 사람이 되었다. 빨리 먹고 빨리 나으라고 커다란 국대접으로 하나씩 녹즙을 짜주었는데 그걸 다 마셨다. 그러면 바로 화장실로 가는 모양이었다 잘 먹고 화장실에 잘 가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 아닌가.
그리고 봄을 맞았다 잘 먹으니 그 동안 빠졌던 7kg정도의 몸무게 가운데 2-3kg 정도가 돌아왔다. 차도가 빠른 편이라는 게 박양호 실장의 조언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 신이 났다 나는 힘든 줄로 모르고 좋은 음식 재료 구하러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날 좋은 오후에는 남편을 끌고 산으로 들로 나갔다. 거기에 지천으로 널린 민들레 씀바귀 흙털어 봉지에 담고 가져간 잡곡밥도시락 먹으면서 소풍 삼아 앉아 놀았다 돗자리 그늘에 깔고 낮잠도 한잠씩 자도록 하였다. 밤이 되면 불안한지 잠을 깨는 일이 많았는데 야외에서 자는 깜빡 잠이 약이 되는 것 같았다.

그 엄청난 암이 줄어들고 a-FP 수치도 낮아져
그 무렵이 식이요법을 시작한지 넉 달쯤 되는 때였는데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야 했다 검사를 받으러 가는건 무서운 선생님께 숙제 검사받는 것 같았지만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병 치료에 특히 암 치료에는 필수다. 그래서 정해준 날은 무조건 서울로 갔다.
남편은 CT실로 들어가고 대기실에 앉았는데 왠지 남편의 늘어난 몸무게만큼 내게도 기대라는 게 생겼다. 결과는 기대만큼이나 좋았다. 암이 4cm 줄어들었고 a-FP(간암 증식 지표)도 크게 떨어졌다. 그건 암 수치라고도 하는데 암이 작아지거나 그 증식이 약해진 것을 의미한다.
남편을 담당한 의사는 고개가 갸우뚱거릴 뿐 달리 말이 없었다. 몹시 놀라는 눈치였다. 나이가 젊을수록 암도 건강해서 번져나가는 속도가 빠르다고 하는데 남편의 경우 그 암수치를 잡았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즐거운지, 지난번 색전술 받고 돌아올 때만 해도 초상집이었는데 이제 창밖의 경치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밥상은 시커먼 잡곡밥에 나물 무침, 된장찌개, 겉절이도 맵지 않은 것으로 놓고 버섯도 하얗게 볶아 올려왔다. 본래 식성이 육류를 좋아해서 가끔 생각도 날텐데 밥상 앞에서 투성같은 건 부리지 않았다. 자연히 집에서 아이들도 나도 고기를 먹는 일은 없었고 모임도 일절 거절했다. 식사도 식사지만 나 혼자 고기 먹는 게 미안했다.

무슨 일이든 다 그렇지만 고비를 넘기니 다 문제가 없었다. 예전처럼 밥 때를 놓치면 신경질을 낼만큼 식욕도 좋아졌고 아침엔 식문보고 오후엔 산책 가고 가끔 일하는 나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일상에 적응해갔다.
석 달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때마다 암은 더 작아졌고 모든 게 처음과는 달랐다. 정말 살 수 있겠다라는 희망이 생겼다. 희망이 생기니 더 신바람이 나서 운동도 함께 열심히 하고 힘들어도 힘든 줄을 몰랐다.
이렇게 식이요법을 한지도 3년이 흘렀다. 세 번의 색전술, 3년의 식이요법 끝에 드디어 병원에 6개월에 한번씩 나와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호전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다시 2년 꽉 채운 5년을 흐른 지금 남편은 건강을 되찾았다. 아직 간염 항체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암은 사라졌고 잘 살고 있다. 이제 식이요법도 녹즙 한끼로 줄였고 가끔 외식 자리에도 나간다. 평소 집에서는 안 먹지만 외식 자리에 나서면 고기도 몇점 집어먹는다. 그래도 괜찮다는 박양호 실장의 어드바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나는 잡곡을 잔뜩 들여왔다 안동에서 가까운 곳에서 곡식이 좋다고 해 찾아갔는데 욕심껏 강낭콩 한말, 현미 반가마 해서 한짐을 싣고 왔다. 이렇게 봄철이 되면 남편은 보리밥에 강된장, 야채를 넣고 비벼먹는 걸 좋아한다.
예전에 입맛 없다며 손사래를 칠 때를 생각하면 무엇이든 먹고 싶은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물론 암이 사라지면서 내 의욕도 조금씩 떨어져 예전만큼 열심히는 못하지만 그래도 남편의 식단 챙기는 것만큼은 정성을 다한다. 일하고 들어온 남편이 밥상 차리라며 난리다. 그런 남편이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걸 다른 아내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