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최근 ‘불길은 하늘로’라는 제목의 독일어 자서전을 펴내고 올해 안에 꽃동네 안에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말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멈추지 않아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씨는 독일 유수의 출판사인 괴테출판사에서 출간된 자서전에서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을 유려한 독일어 실력으로 풀어가고 있다. 특히 그의 자서전은 한국사람으로서는 이미륵 박사 이후 처음으로 독일에서 출간됐을 뿐 아니라 독일책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글 제목을 표지에 달기도 했다.

서씨가 하반신 마비가 된 것은 6·25 때 피란 중 소아마비를 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꼼짝도 못하는 전신마비에 가까운 상태에서 배 뒤집기부터 시작해 5년 만에 운신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그는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을 위해 인생을 바치기로 다짐했다는 것.

그 후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으로 하루 16시간씩 경북 왜관지역 나환자촌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던 그는 같이 일하던 프랑스 간호사들의 주선으로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아마비 치료를 받으며 나환자 공동체에서 간호사, 유치원 교사, 가정부로 일했다. 또 같이 일하던 독일 청년과 결혼한 그는 슬하에 3남매를 뒀다.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결혼도 했지만 항상 한국에 있는 나환자를 잊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꽃동네에 여러 가지로 지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지원해오던 꽃동네에 박물관을 세우기로 하고 올 봄에 착공식을 할 계획이다. 박물관에는 세계 각국의 각종 주방 용구가 전시될 예정이다. 이는 그가 ‘순원 코흐슈투디오’라는 요리학원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수집해온 여러 나라의 주방 용구를 선뜻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면 물심양면으로 적극 도와온 그는 자신의 생활에서는 근검절약이 체질화되어 있다. 그로부터 선물을 받은 조카는 선물을 싼 포장지가 30년이나 되었다는 설명을 듣고 놀랄 정도였다. 쓰레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그의 생활을 보고 근검한 생활을 하는 독일인들조차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을 모으거나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만큼 못줄 때 마음이 가장 아팠다”는 그는 봉사하는 삶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아낌없이 나누는 삶이 중요합니다. 내가 가진 것은 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없어도 나누고자 한다면 어려운 사람들에게 줄 수가 있습니다.”